“이슬람은 더 이상 세상에서 존경받지 않습니다. 지식의 원천(源泉) 노릇도 못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문명화(human civilisation)의 상징도 아닙니다.”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이자 이슬람 원로 마하티르 모하맛(94)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슬람 주요국 정상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성을 촉구했다.

모하맛 총리는 19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KL Summit)’에서 “우리가 성전(聖戰·지하드)이라고 말하는 행위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인식만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그는 “종교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죽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난 어느 곳에서나 결과적으로 무슬림(이슬람 신자)에 대한 탄압이 거세졌다”며 “이슬람 신자라는 이유로 살던 나라에서 추방당하거나, 망명 신청이 거부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이슬람의 총 본산(本山)이라 일컬어지는 중동이 아닌 동남아 국가에서 이슬람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도 이례적인데, 이 자리에서 개최국 총리가 다른 정상들을 향해 돌직구를 던진 것.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는 국가다. 이슬람권에는 이슬람협력기구(OIC)라는 유서깊은 대표 협력기구가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한 자리에서 논의하자며 2014년 11월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를 따로 열었다.

이슬람권 단합이라는 초기 취지와 달리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는 반대로 이슬람협력기구의 미움을 사며 ‘변절자’ 낙인이 찍힌 상태다. OIC를 주도하는 이슬람권의 ‘큰형’ 사우디아라비아는 말레이시아의 초청에 ‘이 행사가 OIC를 대체하려는 저의가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OIC 입장에서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처럼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슬람권 국가 정상들이 이번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하는 것도 못 마땅하다. 이 와중에 모하맛 총리가 ‘이슬람이 예전같지 않다’는 폭탄발언을 하면서 두 단체 사이 반목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OIC의 유세프 알오사이민 사무총장은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8일 성명을 통해 “OIC 회원국 사이 결속이 헐거워지는 것은 곧 이슬람권과 무슬림이 약해진다는 뜻”이라며 “OIC 틀을 벗어난 이슬람권 회의나 만남은 이슬람 전체의 이익에 어긋나고, 특히 세계가 여러 갈등을 겪는 이 시점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회의에서는 인도·파키스탄 사이 카슈미르 분쟁, 시리아와 예멘같은 중동 국가 간 분쟁,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族) 탄압,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유린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0/20191220020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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