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은 경제발전 및 국민복지 향상을 위하여 연계성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및 동북아의 중국, 일본 등의 지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연계성 개선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대형사업을 발굴하여 주도하기보다는 개별국가의 특정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신남방정책이 수행되고,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아세안의 정치 및 경제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새롭게 아세안 역내를 어우르는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때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아세안에 대한 보다 많은 조사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충열(고려대학교)
경제적 연계성 증진에 힘쓰는 아세안과 아세안 연계성 2025 마스터플랜
최근 30년간 아세안은 매우 놀라운 경제성과를 보여주었다. 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GDP 증가율 면에서 아세안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 되었다. 연평균 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는 가운데 역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는 아세안 개별 국가의 경제발전 정책이나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경제통합을 이루고자 상호협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인접한 여러 국가로 구성된 아세안이 경제적 효율성을 누리려면 주변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세안의 높은 경제성장중 상당 부분은 역내 경제적 연계성 개선에 기인한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대외개방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항만시설 및 도로⋅교통시설이 개선된 것이 무역량 증가를 가능하게 하였다. 지역 내 상품 및 서비스의 이동이 활발해진 것이 생산시설의 효율성을 개선했고, 통신 인프라의 확대로 아세안 역내 인적 연계성이 강화되며, 지식의 흐름이 확대된 것이 노동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생산시설의 효율성 및 노동력 향상은 결국 국내외투자의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아세안이 역내 연계성 개선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과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아세안공동체 구축을 선언하면서부터이다. 특히 아세안은 2007년에 발표된 경제공동체 청사진에서 이 연계성 개선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명시하였고, 2010년 Master Plan On ASEAN Connectivity를 발표하면서 연계성 개선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경제공동체를 추진하기 위하여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 확대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연계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세안은 당시 마스터플랜에서 연계성 개선 분야로 1) 물리적 연계성 2) 제도적 연계성 3) 인적 연계성 분야로 선정하고 보다 세부적인 정책과 사업을 선정하고 추진하였다.
아세안은 2015년 말 경제공동체 탄생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2016년 『ASEAN Connectivity 2025 Master Plan』을 발표하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계성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당시 아세안은 기존 마스터 플랜의 성과를 점검하고 이후, 10년간 아세안이 연계성 강화를 위하여 추진하여야 할 분야로 1)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 2) 디지털 혁신 3) 운송시스템 개선 4) 규제제도 개선 5) 인적 교류 확대를 선정하고, 현재까지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때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은 아세안을 연결하는 도로, 공항, 항만 등의 하드웨어 인프라와 스마트도시 및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 구축을 의미하는 동시에 각 시설의 수익성을 고려한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아세안이 단기적인 수익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성과 환경의 중요성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혁신은 아세안 내의 각 경제주체를 연결하게 하는 ICT 인프라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 구축을 포함한다. 이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능력의 개선도 포함된다.
운송시스템 개선은 지역내 물품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단의 개발 및 기업, 정부의 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자상거래 확대와 함께 새로운 소비 및 생산 방법 도입을 유도할 것이다. 규제제도 개선은 아세안 내 각국의 다양한 규제를 통일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으로 각국 기업이나 노동자들이 아세안 내 어느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경우 유사한 규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인적교류 확대는 노동력 이동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의미하며, 각종 직업 교육의 표준화 및 자격증 제도 도입 등으로 노동력의 질이 균등해지고, 관련 노동력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로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쉽게 원하는 인력과 직업을 찾는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만약 이들 분야에서 연계성이 크게 강화될 경우 아세안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세안의 연계성 개선 비전은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아세안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쉽게 달성될 수 있지 않다. 이는 아세안 내의 각 부문, 즉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및 가계 등이 나름대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경우나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연계성 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은 아세안 각국의 정부들이다. 연계성 개선을 위하여 추진하여야 사업들이 주로 공공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하드웨어 확충에 힘쓰고 각종 제도 개혁을 통하여 소프트웨어 개선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연계성 개선 사업이 여러 나라에 공통된 도로와 통신, 항만 인프라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의 다양한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의 항만 확충사업을 성공리에 추진하였는데 주변국과의 도로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으면 이 항만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주변국과의 도로는 크게 확충되었는데 항만 시설이 낙후되었다면 각국은 이 도로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즉 여러 국가가 포함된 포괄적인 계획이 실행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선 측면에서는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는 통관제도의 간소화나 표준화 및 자본 거래 제도 확립 등과 같이 연계성과 관련된 각국 제도의 표준화와 간소화를 포함한다. 이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제도가 바로 아세안 싱글 윈도우(ASEAN Single Window)의 도입이다. 이는 아세안이 역내 통관시 필요한 각종 서류의 규격을 통일하고, 각국간 시스템을 연결한 성과로 이미 2005년부터 그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각국의 싱글 윈도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연결하는 아세안 싱글 윈도우를 설립하자는 방식으로 시작하였으나, 2019년 초 현재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등 6개국에서만 아세안 싱글 윈도우가 도입되었다. 이를 사용하면 이들 역내 국가들은 통관 시 관련 서류를 한번 전자 시스템에 등록하여 여러 국가를 통관할 경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나머지 4개국을 통과하는 차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통관하여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한편 인력 및 자본이동에 관련된 각종 제도 개혁도 이에 포함된다. 이는 각국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역내에서 찾으려고 할 때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구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세안 개별 기업들이 생산 및 영업 범위를 개별 국가에서 아세안 전체 역내로 확대될 때, 이에 대한 인적 및 자본 조달 제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한 각 국가의 인력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력 공급 질의 표준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각종 교육제도의 균등화 및 자격증 제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변화
이러한 정책적인 노력 이외에도 민간 부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분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뚜렷한 경제성과는 나타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아세안 각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개별 국가 내에서 상품 및 서비스 제조 및 판매하는 활동을 하였었다. 예를 들어, 자국에 공장을 설치한 후, 국산 혹은 수입산 원자재를 사용하고 자국 노동자를 활용하여 상품을 생산한 뒤 내수로 판매하거나 수출하였다. 이때 대부분의 기업이 자국산 원자재를 사용하고 자국 내 수요에 적합한 상품을 생산하였다. 수출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자국이 아닌 역내 전체 시장을 대비한 활동으로 그 업무 영역을 확대하여야 하고, 역내 기업과의 경쟁에 적응하여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국내 자재만을 구입하고 국내 노동자를 고용하였던 기업들은 역내 여러 지역에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주변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영방식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 국내 물류를 담당하였던 기업은 주변 국가의 물류 산업과 연관하여 사업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고, 개별 국가의 온라인쇼핑몰은 주변 국가의 소비자들을 모두 상대하는 형태로 진화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아세안 내 가장 성공적인 ICT 서비스로 택시 공유서비스인 그랩(Grab)이 있다. 원래 그랩은 말레이시아의 벤처기업으로 시작하여 성공한 후, 2019년 현재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에 확대되어 제공되고 있다. 이는 그랩이 자신들의 시장은 말레이시아에 국한하지 않고 아세안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랩의 성공으로 아세안 주민들은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앱을 사용하여 편리하게 택시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그랩은 아세안시장에 적합한 오토바이 이동 서비스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 생활의 편리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금융 투자가들의 변화
아세안의 연계성 개선은 금융시장의 통합 형태로도 나타난다. 각국 간 금융 네트워크의 연결은 금융시장의 통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별 국가의 저축자나 금융투자가들은 다른 나라 금융기관이나 금융상품을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미얀마 양곤의 어느 중산층 회사원은 매월 봉급의 일정금액을 싱가포르에 있는 주식 구매에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베트남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투자가에게 채권을 판매한 금액으로 고속도로 건설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세안 내의 금융시장 통합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일찍이 2012년 9월, 아세안의 7개 주식시장(쿠알라룸푸르, 하노이, 호치민시티,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은 개별 시장을 링크한 아세안 주식투자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역내 투자가들이 편리하게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또한 이때 탄생한 아세안 거래소(ASEAN Exchanges)는 아세안 주가지수를 제공하고 웹사이트를 통하여 각종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세안 증권거래소 웹사이트는 이렇게 매시간 회원기관인 아세안 각국 거래소의 주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은행시장의 통합도 상당 수준 이루어졌다. 2019년 현재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Maybank가 아세안 10개국에, 태국의 Bangkok Bank가 브루나이를 제외한 9개국에 지점 혹은 현지법인을 가진 은행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 영국계 은행인 HSBC나 Standard Chartered 은행 및 미국계 Citibank가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은 나라에 진출하였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기존의 금융 활동을 바꿔야 할 것이 분명하다. 투자가들은 자국 내의 금융자산에 투자하던 형태에서 아세안 각국의 투자 대상을 살펴보고 결정하는 자세로 바꿔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자국 내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던 활동에서 아세안 타국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공여받을 수 있도록 시선을 돌려야 한다. 금융기관은 이러한 투자가, 차입자들의 수요에 맞추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상품을 제공하여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세안 각국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와 대비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대부분의 노동자는 자국 내 노동시장에서 직업을 찾고 생활하였다. 이들이 정치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더욱 익숙한 자국 내에서 직장을 찾고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경쟁은 자국 내 혹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각국 경제의 연계성이 개선되면서 이러한 구조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특히 여러 국가가 동일한 기능교육을 하고 유사한 자격증을 도입함에 따라 이들 노동자 간 생산성 비교가 직접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이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예를 들어,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노동자 간의 교육과정이 표준화되고, 동일한 자격증이 발급된다면, 기업들은 이들 3국의 노동자들의 생산성과 임금을 직접 비교하고 자신에 적합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게 된다.
특히 이들 3국의 국경선이 마주한 태국 북부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라오스의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에 건설노동자로 미얀마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이 경우 개별 노동자들 역시 이점을 갖는다. 더욱 넓은 역내 시장을 보고 관련 직장을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이러한 인식변화는 매우 초창기이고 대부분의 인력 이동은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인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비교적 간단한 기술을 갖는 인력의 이동도 이루어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게 된다.
아세안이 위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특히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축 및 제도 개혁에 필요한 금전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자본이 부족하고, 인력양성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할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 아직도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아세안에서 여러 국가를 커버하는 국제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도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아세안이 지금과 같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게 된 것은 사실상 수십 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과제들은 아세안의 개인, 기업과 정부가 앞으로 수십 년의 미래를 보고 하나하나 추진하여야 할 경우 매우 뛰어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아세안 연계성 실현과 한국의 역할
현재 아세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외부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족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이나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국가의 지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세안 싱글 윈도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은 한국, 일본 등의 인적 및 물적 지원을 받아 자국 내 전자 통관시스템을 구축되었고, 아세안 싱글 윈도우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도 받았다. 또한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증권거래소는 한국의 물적 및 기술 지원으로 이루어졌고 미얀마의 양곤증권거래소는 일본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최근 한국의 연구진들의 컨설팅 사업도 이루어졌다.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아세안 국가들이 포함되면서, 아세안의 항구와 철도 구축 사업에 중국의 역할이 크게 확대된 상태이다. 예를 들어, 라오스 북부의 고속철도 건설이나 캄보디아 시아누크항 개선 사업이 중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주로 개별 국가에 국한된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아세안 전체 혹은 역내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양곤 시내의 다리를 건설하거나 라오스 비엔티안의 메콩강변 정리 사업과 같이 특정 국가와 연결하여 하드웨어 건설 사업에 참여하지만 아세안 전체를 커버하는 사업은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아세안 연계성 개선사업이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아직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크지 못하고, 역사적으로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이 이 지역 나라들과 깊숙이 연결되지도 않았었다. 또한 국내에서 아세안에 대한 관심도 지금까지 그렇게 많지 않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외교 및 경제협력이 주로 아세안 개별 국가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렇게 넓은 지역을 어우르는 사업이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였었다. 아세안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개별 국가에 대한 전문가는 있었지만, 아세안의 관련 분야 협력 과정에 참여하거나 이들 국가를 아우르는 사업에 관심을 보인 전문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신남방정책이 수행되고,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아세안에 대한 정치 및 경제적인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세안 역내를 어우르는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대규모 인프라 하드웨어 건설보다는 크게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나 제도개선 부문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경제 규모가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작을 뿐만 아니라, 이런 분야에서 우리가 매우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ICT 분야에서의 협력이나 인력양성 및 정부 정책 수립이나 각종 행정 제도개선 등에서 우리는 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ICT 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이들이 잘 알고 있다.
또한 사실상 현재 성공적인 경제개발모형을 구축하고 개도국과 나눌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별로 많지 않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중국이나 일본의 지역 패권주의에 위협을 느낀 나라들이 우리와 같은 미들 파워와의 협력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최근 이러한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업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막대한 자금이 투여되는 사업이 이루어지려면 위에서 말하는 추상적인 이론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사업이 발굴되어야 하는데 아직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세안의 각 분야에서 더욱 많은 한국의 전문가들이 조사와 연구를 수반한 후에나 가능한 사업들이다. 사실 이는 얼마나 우리가 아세안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지식수준과도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아세안이 무엇을 원하는 것을 알아야 적은 비용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지식축적이 작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아세안에 대한 연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항시 제일 빠른 법이다.
저자소개
이충열(cllee@korea.ac.kr)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화폐 금융 분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재임하며, (사)한국동남아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 등을 역임하였고 동남아 경제 및 금융시장에 관한 많은 연구논문과 저서를 발간하였으며,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많은 경제컨설팅 사업에 참여하였다.
참고문헌
- 이충열 외. 2017. 『포스트 차이나 아세안을 가다』, 서울 : 디아스포라.
- ASEAN. 2016. Master Plan on ASEAN Connectivity 2025.
- ASEAN.2010. Master Plan on ASEAN Connecti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