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평균연령이 27세인 ‘젊은 국가’ 미얀마에서는 개혁개방 이후의 새로운 민간 세력들이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군부의 저항주체로서 성장하였으나 정치적으로 소비된 8888 청년세대와 달리, 새로운 국가와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얀마 청년들은 경제, 취업, 교육, 훈련 등의 ‘달콤한 발전’의 기회와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민주적인 사회와 제도 만들기를 환영하는 미얀마 청년 세대도 “방안의 코끼리”인 로힝자 이슈에 대해서는 군부세력의 관여와 이들의 의견을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전국차원의 미얀마 청년대상 설문조사 결과 및 저자가 진행한 현지 심층연구의 결과를 중심으로 중앙 및 지방수준 위원회의 청년참여 보장, 고등교육에서의 인문사회과학 교육과정 개혁, 민주시민교육의 도입을 제안한다. 나아가 미얀마 보이콧을 통한 ‘억압자 만들기 담론’을 넘어 전환기 민주주의의 과정을 걷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평화와 발전 문제를 연대와 협력의 관점으로의 인식론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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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숙(서울대학교)

국민 평균연령이 27더 나은 삶에 대한 미얀마 청년들의 희망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사회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미얀마는 국민의 평균연령이 27세인 ‘젊은 국가’이다. 미얀마 전체 인구의 60%가 35세 미만이며, 전체 인구 중 약 3분의 1인 청년 세대(33%)인 15세에서 35세에 속한다(Government of Myanmar, 2017). 2014년에 미얀마 전역에서 실시된 역사적인 인구조사에 집계된 포함되지 않은 해외체류자도 약 4백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약 70%가 청년이라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이들 미얀마의 청년 세대는 반세기 동안 지속된 군부정권에서 떼인쉐인(Thein Sein) 대통령 집권을 거쳐 아웅산 수찌와 현 집권당인 국민민주주의연합((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이하 NLD)에 정권을 넘기면서 눈에 띄는 국가적 전환기를 경험하였다. 미얀마 정당등록법이 개정되고 야당의 정치 활동이 공식적인 차원에서 보장되기 시작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되고 평화 집회 및 시위 법령 도입 등 핵심적인 정치 자유화 조치가 발표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은 비교적 민주적으로 진행된 선거에 참여한 첫 세대이다. 경제적으로 기회도 풍부하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은 기대와 달리 빠르지 않지만 2018년 기준으로 미얀마 청년 중 남성 청년의 74.8%, 여성 청년의 55.3%가 고용된 상태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의 경제, 정치, 사회문화 활동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10년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폭발적인 양과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대비 미얀마의 빈곤은 아직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미얀마 청년 세대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 문화적 성장을 볼 때 조심스럽게 미얀마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미얀마의 청년 세대도 미얀마 사회의 변화를 경험하며 가족과 자신의 삶이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아직 미얀마 청년에 대한 연구나 조사가 많지 않지만 최근 영국문화원 (British Council)과 영국해외봉사단(Voluntary Service Overseas, 이하 VSO)가 발간한 <Next Generation Myanmar>의 조사결과는 개혁개방 이후 청년 세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2018년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적으로 2,473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가구설문조사 및 면담의 결과를 다루고 있다.

이번 보고에서는 미얀마 청년들의 경제, 사회 변화와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양한 기회에 대한 희망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응답자 중 약 67.9퍼센트의 청년들이 향후 5년간 미얀마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특히 교육훈련의 기회와 생활 속에서 자유가 확대될 것이라는 부분에서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미얀마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청년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 중 75.9%는 향후 5년간 자신의 삶의 질이 높아 질 것이며, 단 2.7% 만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요한 점은 교육의 수준이 높은 청년 그룹에서 현재보다 미래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그룹 중 85.8%의 청년들의 자신의 삶의 질 – 특히 교육훈련의 기회 확대 및 정치적 참여 기회 확장- 이 나아 질 것으로 기대했다.

숫자로 알아보는 미얀마 청년
출처: Paung Sie Facility. 2017. Youth and Everyday Peace in Myanmar: Fostering the Untapped Potential of Myanmar’s Youth의 내용을 재구성

미얀마 청년들은 권위주의 세대와는 달리 개인의 성취에도 많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은 개인 성취의 수준과 그 내용으로 결정되며, 이는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가 보다 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국가의 정체성 차원에서도 종교가 국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이상 크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청년들에게 종교는 종족(민족)과 함께 ‘차별을 경험하게 하는 요인’ 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눈에 띈다. 응답자 중 21%가 종교 때문에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고 약 19%의 청년 응답자는 본인이 소수 종족(민족)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VSO 조사에서는 종교 및 종족 차별을 다음으로 교육수준, 직업, 경제수준 및 언어가 미얀마 일상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차별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얀마 청년들의 교육법 개정 시위 모습
출처: https://www.mmtimes.com/in-depth/12359-behind-the-student-protests.html

 

사회기여에 대한 미얀마 엘리트 청년의 인식 

다양한 종교와 종족 배경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미얀마인들이 사회참여와 기부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VSO의 조사에서도 90%의 청년응답자는 사회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표현하였고, 85%의 응답자는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본인의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종교활동이나 특정 종족행사 이외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부모의 인식을 청년들은 사회활동의 방해요인으로 보고 있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경우, 같은 연령대의 남성 청년 대비 여행금지 및 통금금지 등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사회활동의 제약이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최근 발표된 미얀마 양곤대학교와 양곤공과대학교의 중산층 고등교육 엘리트들의 아비투스에 대한 연구에서는 미얀마 신세대 엘리트들이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본인의 책임이라고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Hong & Chun, 2020). 특히, 전국 상위 5% 이상의 학력고사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으며, 2017-18년 기준으로 양곤 제1의과대학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진학해야 하는 양곤공과대학의 대학생들은 개인의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양곤공과대학교 대학생들은 2017년-2018년에 진행된 초점집단토론 및 개인심층면담에서 스스로를 엘리트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국가발전에 기여(‘serve this country’)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재 (‘try my best for country’)로서 성장해야 한다는 책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엘리트가 되는 일은 어렵지만 (much effort to gain ‘people’s trust, and thus it is a very ‘difficult job’) 물리적 시간과 개인적 희생이 (‘sacrifice time’ and ‘sacrifice oneself’)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양곤대학교 총학생회 활동모습
출처: 저자제공
군부멋지지 않지만 동거는 어쩔 수 없다

미얀마 청년들은 전반적으로 연방 및 중앙 수준의 국가제도보다는 지역 및 마을 기반 조직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공공 제도 자체가 군부의 유산이라고 비판하며 교육제도와 같은 공적 조직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Hong, 2018; 2019). VSO의 조사에서는 청년들은 연반 및 중앙 수준의 제도가 이들의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표현하였다. 72%의 청년들은 지역 수준 정부를 신뢰하고, 58%는 시민사회 기반 마을 행정부를 59%는 군부기반 마을 행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년들은 연방정부의 활동, 특히 연방입법부(the Union Hluttaw)의 활동을 신뢰하는 청년이 전국적으로 5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격하게 수가 늘어나고 있는 국제 NGO보다 지역기반 단체(Community-based organizations, CBOs)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흥미롭다.

미얀마의 개혁개방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의심하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89% 응답자들이 미얀마에 민주주의 중요하며, 92%의 청년응답자들이 평화협정이 미얀마 국가발전에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양곤대학교의] 엘리트들은 수 십 년 동안 군부 독재의 억압을 받았습니다. 20년 이상 정부 자치가 군부였어요. 이런 과거 미얀마의 정부는 아주 이기적이었고 궁극적으로 국가에 나쁜 영양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국가의 리더들을 보면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제 우리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손에 권력이 생긴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정부의 손에 권력이 있었지요.”
(2018, 7월, 양곤대학교 대학생 인터뷰, 2020년 Hong & Chun에서 직접 인용함).

이와 같은 긍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VSO의 조사결과는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과 소수민족 청년 그룹은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았고, 청년들의 정치참여 – 특히 공식적인 정치참여-의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청년들은 완벽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상이한 의견을 표현했다. 설문 응답자의 대다수는 표현의 자유가 아직은 완벽히 보장될 필요가 없으며, 68%의 응답자들은 ‘사회질서와 도덕’을 수호하기 위하여 소셜미디어의 검열에 동의하였다. 약 50%의 청년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화협정 노력이 향후 5년 이내에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들은 정부와 정당의 평화 노력과 협상 능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군 소속인 땃마도(Tatmadaw)와 소수민족 무장그룹(ethnic armed groups)에 대한 인식이 특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 평화 정착과정 중 헌법 등 연방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보았지만 이와 같은 거시적인 개혁이 경제개발이나 교육발전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청년들이 많았다. 응답자가 소수민족인 경우에만 연방제차원의 거시적인 개혁이 경제 및 교육발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지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는데, 한 연구참여자는 “군부? 멋지지 않지만 지금 하는 동거는 어쩔 수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표출하였다.

 

민주주의와 평화 논의 확장과 방 안의 코끼리” 로힝자 이슈

미얀마 평화 이슈와 로힝자와 관련된 청년들의 인식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들이 드러난다. 도시청년과 교육받은 청년들의 상대적 냉담이 그것이다. 로힝자 이슈와 수찌를 바라보는 서양 언론의 시선에 대한 불편함에 대한 미얀마 청년들의 고민이 있다. 미얀마 청년들은 대부분 미얀마 개방으로 유입되고 있는 국제협력과 외국인의 유입, 국제적인 사업 기회 및 관광의 확대를 환영하고 있지만 수찌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분쟁협상 및 로힝자 난민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심을 포함하여 다층적인 반응을 보인다.

VSO 조사는 약 46%의 미얀마 청년이 국제사회가 여카잉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군부의 활동에 비판적인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와 외국인(외부인)은 미얀마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79%의 응답자들은 실제 여카잉 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 우려 되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군부 및 국가를 직접적으로 비판을 하지는 않았다. VSO 조사단의 인터뷰와 토론에 참여한 청년들의 약 50%는 ‘군대는 여카잉 주에서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여카잉 주에서 군부의 대응이 ‘불가피했던 다양한 분쟁의 원인’을 피력하고자 하였다.

사실 로힝자 이슈에 대한 미얀마 청년세대의 이중적 태도는 새롭지 않다.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 청년세대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경제사회 개방에 있어 많은 혜택을 받은 세대이다. 이들 새로운 미얀마의 개혁개방 세대들에게 로힝자의 고통은 ‘내겐 너무 먼 분쟁’이며, 미얀마 주요 대도시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제적 기회는 ‘달콤하고 가까운 기회’로 다가온다. 이들은 개혁개방 이후 모두 함께 같은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불편하더라도 국가발전의 혜택이 ‘국민이 아닌 자’들에게까지 공유되어야 하는지 아주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2018년 이후 필자가 면담한 대부분의 청년은 근본적으로 로힝자족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청년들은 미얀마 정부가 주장하는 입장 – 즉, 로힝자족이 식민시기에 무단으로 국경을 넘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불법이주민이고, 로힝자라는 이름도 스스로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장준영, 2018)- 과 반무슬림 정서가 다층적으로 혼재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지금의 미얀마 신세대에게 ‘국민이 아닌’ 로힝자와의 화해와 통합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사회적 기여에 관심이 많은 미얀마 청년들이 로힝자인들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유보하는 입장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얀마 청년의 인도주의와 평화에 대한 의식 부재를 탓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가까운 미래의 미얀마의 평화, 나아가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교류협력을 주도해야 할 세대다. 미얀마가 이웃 사회와 민족들과 평화를 구축하고 수많은 아시아의 이웃 사회와 그룹들이 버마인들의 보호를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였던 과거가 이들, 미얀마 청년 세대의 삶 속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 실존적 차원에서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요한 변화로 미얀마 정치경제문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상징적 현실적 위치하고 있는 양곤대학교의 경우, 최근 8888 항쟁에 대한 대대적인 행사와 세미나를 개최하며 국가발전과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시작하였다.

양곤대학교 총학생회의 경우 미얀마의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인지하고 총학생회 활동의 비전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2019년 총학생회 대표와의 면담 결과, 미얀마 대학에 민주주의 교육을 소개하고 군부정권을 종식하여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고 학생 간의 연대를 이끌어내고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을 활동의 목표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주요 대학에서 민주주의와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미얀마 사회의 시민사회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장기적으로 비교적 내부결속을 잘 다지고 건재하고 있다고 보이는 군부 엘리트의 정치적 저항 세력으로 미얀마 시민사회 세력의 등장도 기대해 볼 만할 하다.

주요이슈에 관한 미얀마 청년 인식
© DIVERSE+ASIA

그러나 이와 같은 민주사회 만들기 논의가 지역사회 기여 및 불교적 기부를 통한 개인적 공덕 쌓기에 익숙한 미얀마사회에서 ‘사회적 책무 혹은 사회적 책임’과 같은 논의도 변화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로힝자인과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헌법 및 시민권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 미얀마 민주주의 만들기 논의에서도 ‘방 안의 코끼리’ 취급을 당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19년 동안 민주주의, 고등교육 및 청년이라는 주제로 만난 수많은 미얀마 청년도 로힝자의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보류 상태의 입정을 가지고 있거나 부분적으로 군부 중심 문제해결을 지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동남아시아 및 미얀마의 평화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까?

과도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거시적인 체계를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변화의 주체로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정치 참여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미얀마 연방의회(Pyidaungsu Hluttaw) 중 청년은 약 8.23%이고, 그 중의 여성은 1.8%(정부군 소속 땃마도 Tatmadaw 대표제외)이다. 연방평화대화위원회(Union Peace Dialogue Joint Committee, UPDJC)와 연방수준 국가공동모니터링위원회(Joint Monitoring Committee, JMC)에는 청년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교육 및 고등교육의 투자가 절실하다. 화려한 교육개혁의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얀마 청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사회와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울 수 있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가 여전히 국가공공재정의 1.9%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놀랍다(Paung Sie Facility, 2018).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13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이 70%에 달하는 사회에서 미얀마 공교육 체계 내에서 군부정권의 역사와 미얀마 민주주의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전무하다. 고등교육기관에서도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 교육학을 포함하는 인문사회대에서 미얀마 역사와 사회발전을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학술적 공간이 부재하다(Hong & Kim, 2019).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미얀마 정치운동가 및 교육자인 민꼬나잉과의 만남
출처: 저자제공

교육의 전 층위와 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과 시민권을 교육하고 인도주의 배우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 리더들의 훈련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미얀마 청년 평화 운동가들은 최근 정책제안을 발표하며 첫째, 의사결정자들의 시민사회와 청년의 정치참여에 대한 태도와 행동 변화, 둘째, 다양한 사회조직과 교육기관에서 청년 활동을 독려하고 청년 스스로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강화 기회 확대, 셋째, 민주주의 사회전환에 방해되는 구조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의 동반을 촉구하고 있다(Paung Sie Facility, 2017, 2018)

이제 우리도 아웅산 수찌라는 히어로를 중심에 두고 미얀마 민주주의와 정치사회변화를 바라보는 기존의 억압자론 담론을 넘어서야 할 때가 왔다. 특히 서양의 학자들과 다수의 언론이 이끌어온 버마 디아스포라 민족공동체들의 반군부 운동 및 기존의 NLD 세대가 이끌어왔던 저항론적 관점을 넘어서는 연구와 토론이 시급하다. 동시에 요즈음 국내에서도 확장되고 있는 국제개발 및 국제기부 분야에서의 ‘가난하거나 취약하거나 억압된 그들 만들기(‘the poor, the vulnerable, the oppressed)’라는 기존의 서구담론에 근거하여 미얀마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하다(Hong, 2020).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역사의 흐름을 바꿔온 아시아의 권력과 개인들의 역동을 역사적이고 일상적인 차원에서도 이해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쏟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Hong, 2020; Than Myint U, 2019).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미얀마 사회의 중심에 있는 청년의 역할, 그리고 이들의 주체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1인당 국민소득 700달러로 전 세계 187개국 중 UNDP 인간개발지수에서 149위를 차지하며 동남아시아의 최빈국으로 추락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현장에서 만난 미얀마 신세대들은 아무리 가난한 청년 노동자들이라도 서구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빈곤과 억압 프레임으로만 정형화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변화 속에서 중요한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자와 실천가들은 재권위주의화가 확장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군부와 민주주의 세력의 연방정부라는 실험을 하고 있는 미얀마와 어떠한 논의를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무엇을 연구하고 논의할 것인가’를 넘어 ‘어떠한 인식론적 관점’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으로 논의의 물꼬를 틀어야 할까’로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평화의 문제가 ‘저 멀리 국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인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얀마 청년세대가 우리의 청년과 같이 가까운 사회와 개인의 웰빙이 ‘저 멀리 있는 국경의 평화 문제’와 함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는 시선이 있음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제 평화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이자,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고 동시에 시민과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정으로 다층적인 차원에 다뤄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국가발전과 평화의 다층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일부가 주장하고 있는 미얀마 보이콧을 통한 ‘미얀마인 억압자 만들기 담론’에만 동조한다면 우리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과 먼 길을 함께 가지 못한다. 그 평화의 길을 닦을 이들은 미얀마를 포함한 아시아의 미래 세대이며, 우리는 이제 이 미래 세대와 함께 더 많은 토론, 협력과 국제적인 연대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홍문숙 (moonshiely@gmail.com)
서울대학교 대학원 글로벌교육협력 및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경희대학교 국제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2017년 서울대학교에서 국제개발과 교육학 융합분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 호주국립대학교에서 인류학(발전인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관심 주제는 국제개발협력 및 사회변화와 초지역적 교육의 담론과 실천이다. 최근 저서와 논문으로 “Being and Becoming ‘Dropouts’: Contextualizing dropout experiences of youth migrant workers in transitional Myanmar” (2020), “’Forgotten’ Democracy, Students Participation, and Higher Education in Myanmar: Past, Present, and Future” (2019), “여성연구자, 선을 넘다: 지구를 누빈 현장연구 전문가 12인의 열정과 공감의 연구 기록” (2019) (공저), “전환기 미얀마 정치사회변화와 신(新)고등교육 개혁: 정책·지식·권력의 역동을 중심으로” (2018) (공저) 외 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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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내겐-너무-먼-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