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이 지난해 12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해경이 지난해 12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3국 합동 해상순찰에 나설 예정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다음달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첫 3국 정상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에 합의할 것이라고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9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3국 정상회의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세 나라의 노력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과 필리핀 해군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등에 중국과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등이 있는 남중국해에서 합동 순찰을 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일본까지 합류한다면 최초의 일이다. 일본의 합류는 남중국해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기시다 일본 정부의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방위비를 대체로 국내총생산(GDP) 1% 이하로 억제해온 일본은 2027회계연도까지 국내총생산 2%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6억엔(약 54억원) 상당의 연안 감시 레이더 5기를 무상 제공한다고 발표하는 등 방위 장비 지원에 적극적이다.

필리핀 정부도 지난 2022년 6월 마르코스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및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적극적이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4월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근거해 미군이 배치될 수 있는 필리핀 내 군사기지 4곳을 추가 선정했는데, 이 중 한 곳인 카가얀주 해군기지와 대만까지 거리는 약 400㎞에 불과하다.

미-필리핀-일본 합동 순찰 전망은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지역 내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부근에서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쏴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중국에 “필리핀군이 무력 공격을 당하면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으나, 중국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 태평양에서 상호 방위에 대해 규정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남중국해 어디에서든 필리핀 군대, 공공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필리핀 해안경비대 포함)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28일 중국의 “고압적이고 위험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해 6월 미-필리핀-일본은 남중국해에서 해안경비대 차원의 연합 훈련을 실시하는 등 3국은 남중국해에서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 합동순찰은 올해 말 시작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수준 그리고 참가 함정 등 상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별도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따로 미-일 정상회담을 열어,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에 일본이 기술협력 파트너로 참여하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커스는 중국을 겨냥한 핵추진잠수함의 공동 개발 및 무장을 뼈대로 하는 세 나라간 군사협력으로 2021년 9월 발족했다. 일본은 그동안 오커스에 참여하는 방안을 물밑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c)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