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군부와 저항군과의 격렬한 내전은 계속되면서 대부분의 군부대는 병력이 고갈됐다. 이에 군부는 징병제를 시행, 4월부터는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사진은 최근 징병법에 따라 징집된 청년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출처: 이라와디 캡처)
쿠데타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군부와 저항군과의 격렬한 내전은 계속되면서 대부분의 군부대는 병력이 고갈됐다. 이에 군부는 징병제를 시행, 4월부터는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사진은 최근 징병법에 따라 징집된 청년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출처: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군사 정부가 전국적인 징병제를 발표한 지 몇 주 후, 시골에서 온 두 젊은 여성이 군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글로 향했다. 미얀마의 가장 큰 두 도시에 사는 30대 남성 2명은 2월 징집령 이후 징병 위협에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웃 태국으로 피신했다.

2021년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에 대한 저항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외신들은 혼란 속 미얀마 청년들의 반란과 도피를 조명했다. 지난 2월 징집법을 발표하고 3월 민간인 징집을 걸쳐 4월 군사 훈련을 시작하면서 미얀마의 부모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녀들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끊임없는 전투로 인해 대부분의 군부대는 병력이 고갈됐고 군부는 징병제를 시행하게 됐다.

미얀마 정부는 2010년 법을 지난 2월 처음 발효하면서 18세에서 35세 사이의 모든 남성과 18세에서 27세 사이의 여성은 최대 2년, 45세 이하의 의사와 같은 전문직은 3년 동안 복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얀마 인구의 27%인 1400만명이 징병 대상이라는 의미며 군부는 매년 약 6만명이 입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군대 규모, 저항군 단체 또는 징집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수에 대한 추정치는 확인할 수 없다.

어머니에게 말도 없이 미얀마 몬주(州)를 떠나 카렌민족연합 저항군의 무장 부대에 합류한 18세 컴퓨터공학과 학생인 한 여성은 로이터에 “징병법이 제정된 후 모든 젊은이들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나는 이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만달레이에서 방콕으로 피신한 남성 A씨(32)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 있었고 가족과 함께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징병제로 인한 미얀마의 혼란이 청년들을 이탈시키고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

미얀마 위기 그룹의 수속 고문인 리처드 호시는 “이러한 혼란이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미얀마 전문가인 미네소타 칼튼 대학의 정치학 교수 툰 민트는 1960년대 이후 계속된 위기로 인해 특히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 교수, 엔지니어 등이 되려고 하거나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미얀마를 떠나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 중부 바고 지역의 한 21세 여성은 수년 동안 어학 수업에 다니고 여행 가이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쿠데타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두 번의 악재가 겹치면서 그는 판매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러다 몇 주 전 시인이 민병대 지도자가 돼 창설한 바마르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 그는 “법이 발표됐을 때 어머니는 군부에게 잡혀가는 대신 혁명군에 합류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훈련 캠프에서 로이터에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민간인에게 군 복무를 강요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청년들이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마더스 임브레이스 재단(Mother’s Embrace Foundation)은 밝혔다. 재단은 징병제가 시행된 이후 도움을 준 600명 중 400명이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에 입대했다고 밝혔다. 재단의 설립자인 우 탄 민트 아웅은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대신 PDF에 입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태국 탁주 매솟에 있는 제1 태국-미얀마 우정의 다리에서 미얀마 주민들이 입국 심사대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태국 탁주 매솟에 있는 제1 태국-미얀마 우정의 다리에서 미얀마 주민들이 입국 심사대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징집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

도 킨 민트(Daw Khin Myint)는 양곤 타이키(Taikkyi) 타운십에 있는 제1고등군사훈련학교에서 줄지어 선 젊은이들이 떨고 있는 모습을 설명했다. 그의 아들은 의무 복무를 위해 소집된 18~35세 남성들의 대기열에 속해 있었다. 새로운 징집 대상자들은 이번에 시행된 징병법에 따라 강제로 징집됐다.

최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국의 부모들을 괴롭히는 징병의 악몽이 도 킨 민트에게도 현실이 됐다. 그는 “아들이 징집되는 것을 보고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아들이 징집된 이후 매일 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7살 아들이 병역 의무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날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징병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의 뜻에 반하는 일이다”라며 “아들이 전장에 나가면 아마 죽게 될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군 당국은 3월 27일 아들을 건강검진에 데려갔고, 혈액 검사 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은 집 대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들을 곧바로 제1고등군사훈련학교로 이송했다.

아들이 4월 예정된 첫 번째 군사 훈련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40도가 넘는 땡볕 더위는 그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걱정이 많았다.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군부와 저항군과의 격렬한 내전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미얀마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연합군 간의 휴전 합의를 중재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휴전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장군은 매년 5000명씩 일괄적으로 5만명의 징집병을 모집해 4월부터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민간인을 모집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첫 번째 배치된 신병 대부분은 24~30세 남성이었다.

도 와인 미야 딴은 아들의 이름이 징집 명단에 오른 후 걱정으로 정신이 없는 어머니들 중 하나다. 라카인주 남부 한 마을에 거주하는 그는 24살 아들이 군사 훈련에 불참하면 군부 관리들이 자신과 남편을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아직 학생인 아들이 최전방에 배치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아들이 군 복무를 하게 되면 전투에 나가야 한다”며 “이것은 아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지옥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도 와인 미야 딴은 저항군 중 하나인 아라칸군이 통제하는 북부와 달리 라카인주 남부에서는 군부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도망칠 곳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징집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뇌물로 돈을 지불해도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군부 관리들은 라카인주 남부의 탄드웨, 그와, 싯웨 마을에서 징집병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양곤, 만달레이, 네피타와 같은 대도시의 젊은이들도 군사 훈련 학교와 군부대로 소환됐다. 많은 지역에서 군부 관리자들은 징집 대상자 명단에서 무작위로 또는 추첨을 통해 징집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다.

군부 SNS 채널에 따르면 현재 네피도, 만달레이, 바고, 타닌타리, 마궤 지역, 샨과 몬주, 파오 자치구의 호퐁 타운십, 지역 사령부의 훈련 학교에서 징집병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도 키 피야르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또 다른 어머니다. 그의 외동딸은 징병제가 시행된 지 며칠 만에 만 18세가 됐다. 이 법은 18~27세 사이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군부는 첫 징병 대상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양곤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매일 밤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도 키 피야르는 “마치 그들(군부)이 전투에서 죽을 사람이 필요해서 징집을 시작한 것 같다”며 “부모들은 소중한 자녀를 테러리스트 군대에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군부는 국민의 뜻에 반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징병법을 제정했다”며 “그들(군부)의 자녀들은 의무 병역 명단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딸이 징집병으로 강제로 입대할 경우 저항군이 있는 지역으로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가족은 남편이 딸을 대신해 군 복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그들(군대)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첫 번째 징집병에 대한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친정권 텔레그램 채널에는 매일 훈련소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군부는 지난 8일 전국 각지에서 훈련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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