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에 맞서 행동하라고 필리핀 군에 지시하는 것처럼 조작된 딥페이크 음성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다. 이에 필리핀 당국은 배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응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필리핀스타·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매체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필리핀 대통령궁이 가짜 음성이 담긴 영상이 퍼진 배후에 ‘외국 행위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해당 파일은 22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여기에는 “더 이상 중국의 행동으로 필리핀 국민이 상처받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우리에게 정당하게 속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 단 한 명의 개인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목소리가 담겼다.
대통령궁 공보실은 성명에서 “이 음성 딥페이크는 대통령이 필리핀군에 특정 외국에 맞서 행동하도록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당국은 이 영상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봤다. 해당 영상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중국 간 긴장이 높아지자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주초에 이 영상이 확산한 것을 파악했으며, 이후 이 영상은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됐다. 당국은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으며 범인을 찾아내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딥페이크가 필리핀의 대외 관계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가짜뉴스 확산을 멈추라고 당부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달 들어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통해 합동 방위 체제 구축에 속도를 냈다. 필리핀 영해(12해리·22.2㎞) 바깥 남중국해 해상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열리는데, 이번 훈련은 적군에게 빼앗긴 대만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인근 필리핀 섬을 탈환하는 시나리오 등도 담고 있어, 중국 견제 성격이 짙다.
그러면서도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을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중국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딥보이스 범죄는 여러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 선언’ 가짜 음성이 유튜브에 퍼졌던 게 대표적이다. 올해 1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음성이 담긴 가짜 전화를 받은 유권자들이 “바이든 전화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저작권자(c)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