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사정부 수장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뒤 붉은 광장을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1년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사정부의 수장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쿠데타 뒤 처음으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양국 정상 간 만남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 승전 기념일 행사에 참석하면서 현지에서 이뤄졌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3월 규모 7.7의 미얀마 대지진 당시 중국이 구조대를 파견하고 구호 물자를 보내준 데 감사를 표명하는 한편, 중국이 국제적으로 미얀마 군정을 지지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고 미얀마 국영 언론인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가 보도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로힝야족 탄압과 관련한 반인도주의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이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미얀마 군정을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는 미얀마 군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얀마의 여건에 맞는 발전 방향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미얀마 내 중국 인력과 기관, 프로젝트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경 간 범죄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을 보면 중국과 미얀마 군정 사이 미묘한 갈등도 엿보인다.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취업 사기로 끌어들여 보이스피싱 등에 이용하는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이 이런 범죄를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

또한,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중국계를 포함한 소수민족 반군들이 2023년 가을부터 미얀마 군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미얀마 북부 지방에 ‘일대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해둔 중국은 국경지대 내전에 주목하며, 미얀마 군정뿐 아니라 소수민족 반군과도 접촉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이런 중국의 태도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중국 윈난성 쿤밍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당시 그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는 데 그쳤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시 주석의 쿠데타 뒤 첫 만남이 미얀마나 중국이 아니라, 제3국 행사를 계기로 이뤄진 것은 양국 사이 미묘한 관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9일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왼쪽)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제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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