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학기 동남아 열린 강연
현장에서 본 동남아시아의 비공식성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는 2026년도 2학기, 「현장에서 본 동남아시아의 비공식성」을 주제로 열린 강연을 마련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비공식성(informality)’은 주변적 현상이 아니라 핵심적인 작동 원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급속한 도시화, 노동 이동, 취약한 복지체계, 그리고 유연한 제도 환경 속에서 비공식적 실천은 국가와 시장, 지역사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은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비공식적 조건 및 실천, 그 효과와 전망을 살피는 이론적 접근을 조망한 2026년 1학기 열린강연 시리즈와 연계된 후속 프로그램으로, 동남아시아 비공식성의 구체적 연구 사례를 다룹니다. 총 4강으로 구성된 강연 시리즈는 베트남 하노이의 도시계획과 비공식적 실천 (김종학), 한국 내 동남아시아 출신 유학생 사례 (최서리), 필리핀 마닐라의 비공식 주거지역 (정법모), 태국 방콕 노점상 규제 및 철거 (강하니)에 이르는 다양한 연구 성과와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동남아시아 지역과 비공식성 일반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동남아시아의 변천과 현재, 미래에 대한 학술적, 실용적 이해에 유용한 틀로서 ‘공식과 비공식’이라는 주제를 함께 고민하는 이번 강연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참여 대상: 본 강연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
● 강연 일시: 2026년 10/14, 10/21, 10/28, 11/4 (수) 오후 5:30-7:00 (60분 강의, 30분 질의응답)
● 강연 진행: 동남아시아센터 온라인 줌 회의실 (녹화 예정)
● 강연 등록: 구글 폼 신청. 링크 접속 후 정보 기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uXj8Lu83WHtxcHM_H3PiAXlgXAcKWD1Z_QuPociY-sGFNsQ/viewform?usp=header
● 등록마감: 2026년 10월 13일 23시 59분
● 수강료: 없음
● 기타: 4강 모두 수강 시 수료증 발급 (별도 신청, PDF 파일 제공)
● 주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
● 문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 (02-880-2695 / seacenter@snu.ac.kr)
강연자 및 강연 내용
제1강 강연자: 김종학,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 방문연구원
Kim Jong Hak, Ph.D., Seoul National University Asia Center Visiting Fellow
김종학은 고려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도시재생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지리학과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도시지리학자로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국가와 사회의 관계, 그리고 권위주의적 통치술이 일상의 도시 생활 속에서 공간화되는 양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 활동을 수행하였다. 특히 베트남과 라오스를 바탕으로 도시의 비공식성, 일상생활에서의 도시 거버넌스 등의 양상에 주목해 왔다. 최근에는 하노이와 호치민시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 퀴어 공간이 협의되고 생성되는 과정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강연내용
통치와 기회 사이에서 비공식성 다시 생각하기: 베트남 하노이 홍강변의 비공식성
본 특강에서는 베트남 하노이를 예시로 하여 비공식성의 정의와 담론, 한계, 그리고 비공식성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대안적 방향을 다룬다. 2000년대부터 비공식성은 국가가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만들어낸 통치 방식으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비공식성에 관한 연구를 이끌어 온 Ananya Roy, Oren Yiftachel, Colin McFarlane 등은 국가가 단속 재량의 확보, 사회재생산 비용의 이전, 철거 비용의 절감 등 통치에 도움이 될 때 도시의 비공식 공간 및 행위들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며, 반대로 용인이 더 이상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단속하고 제한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담론은 그동안 도시계획의 실패나 저개발의 잔여로만 취급되던 비공식성을 통치의 산물로 읽을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현대 도시지리학 및 인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 담론만으로는 일상적인 도시 공간에 내재한 다층적인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포착하기 어렵다. 또한 공동체 형성, 경제 활동, 공간의 재생산, 실험적인 공간 이용 등 비공식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번 특강에서는 하노이 홍강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비공식 공간과 활동을 바탕으로 비공식성이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역사문화적, 공간적 환경을 생산하는지 설명하고, 더 나아가 비공식성이 어떤 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제2강 강연자: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eori Choi, Principal Research Fellow, Migration Research and Training Centre (MRTC)
최서리는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국제이주와 이민정책을 전공하며 외국인의 취업과 고용, 그리고 영주 이행 경로를 연구한다. 특히 제조업, 농업, 어업 등 산업마다 외국인 고용의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 살피고, 그 차이를 반영한 제도를 설계하는 데 관심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 남아공 더반대학교에서 사회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호주 울런공대학교 아시아태평양사회변동연구센터(CAPSTRANS)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IT 전문가와 간호사를 사례로, 국적이 이들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과 다른 나라로 옮겨 가면서 두 집단의 노동조건과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양상을 다루었다. 2012년부터 이민정책연구원에서 일하며 연구교육실장, 이민데이터센터장 등을 맡았고, 최근에는 외국인 취업과 고용에 관한 조사 자료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외국인 고용의 확대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강연내용
비공식성은 국경을 넘는가: 동남아시아 출신 유학생의 노동과 규제의 형식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은 세 배 넘게 늘었고, 늘어난 인원의 절반이 동남아시아, 그중 대부분이 베트남과 미얀마 출신이다. 두 나라에서는 취업자의 다수가 계약 없이 일하며 이주는 부채와 중개로 조직되고, 베트남에서 한국은 노동 송출 목적지로는 일본과 대만에 크게 못 미치지만 유학 목적지로는 가장 크다. 여기서 두 질문이 나온다. 송출국의 생계 방식이 국경을 넘어 한국의 제도와 결합하면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리고 규제 밖의 노동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다루어 온 비공식성 연구와 이주 연구는 어디서 만나는가. 이 강연에서는 세 축으로 두 논의를 잇는다. 규제가 어떻게 짜여 있는가가 비공식 노동의 형태를 정하고, 이주자는 그 조건 아래에서 생계를 조직하며, 단속과 묵인의 대상이 바뀌면 비공식 노동이 이루어지는 업종이 옮겨 간다는 것이다. 이 틀로 한국 사례를 검토한다.
자료는 2025년에 유학생, 전문대학에 다니는 고용허가제 근로자 등을 만난 면접조사 자료이다. 확인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은 유학생의 노동을 근무처별 사전허가로 관리하고 소득 신고를 체류 심사와 연동하므로, 유학생은 허가와 신고 없이 일하게 된다. 둘째, 규정에서 이 노동은 위반이지만 유학생은 이를 부채를 갚고 졸업 이후를 준비하는 생계의 방식으로 여기며, 그 방식은 출발지의 이주 조직 방식을 닮았다. 셋째, 정부는 근로시간 상한, 자격 요건, 허용 업종을 여러 차례 조정했으나 허가의 형식은 바꾸지 않았고, 그 사이 노동의 업종은 옮겨 갔으나 계약과 신고 없이 일하는 형태는 그대로였다. 두 질문의 답은 여기서 나온다. 규제의 형식이 어떤 위반을 낳는가라는 물음은 비공식성 연구와 이주 연구를 함께 써야 생기는 물음이며, 그것이 두 연구의 접점이다. 출발지의 생계 방식은 국경을 넘어 유지되지만 그 형태는 도착지의 규제에 따라 정해지며, 이는 유학 경로를 노동 경로와 함께 볼 때 드러난다. 이 강연은 유학이라는 경로를 송출국에서 출발하여 따라가면서 동남아시아의 비공식성 논의와 이주 연구가 만나는 자리를 찾는 시도다.
제3강 강연자: 정법모,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부교수
Jung, Bubmo Associate Professor, Division of International and Area studies, Pukyung National University
정법모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학, 석사를 마지고 필리핀국립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개발에 대한 저항과 투만독Tumandok 토착민 공동체 형성” 『지방사와 지방문화 』20(1), (2017), “Development induced Dislocation and the Social Capital of the Poor” 『비교문화연구』 23(1) 등이 있다.
강연내용
필리핀에서의 비공식 주거: 비공식 굴레에서 벗어나기의 동학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와 인근에는 다수의 비공식 주거 지역이 있다. 도시재개발 과정이나 복지 차원에서 정부는 거주민에게 토지와 주택수유권을 보장하며 외곽지역으로의 이주를 권유하지만, 대부분의 빈민은 장소와 맞물린 비공식 경제행위를 이유로 꺼려하고 있다. 설사 이주를 선택한 사람도 소유권을 획득하기 전에 자신의 권리를 되파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 강연에서는 비공식 주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맥락을 빈민의 삶의 방식과 연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제4강 강연자: 강하니, SOAS University of London 개발학과 박사과정
Hanee Kang, PhD Researcher, Department of Development Studies, SOAS University of London
강하니는 국제개발협력과 동남아시아 지역연구를 해왔으며, 현재 영국 SOAS University of London 개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9년부터 발전대안 피다(PIDA)에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정책과 실천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왔으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발전연구원(ReDI) 전문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국제개발협력 정책연구와 개발사업의 기획 및 평가를 수행하였다. OECD Washington Center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영국 해외개발연구소(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 방문연구원,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아시아연구소(ARI) 대학원생 펠로우로 활동한 바 있다. 주요 연구 관심은 국제개발협력, 개발담론과 포스트식민주의, 동남아시아의 개발과 사회변동 등이며, 개발의 의미와 실천이 특정한 장소와 사회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연구 성과로는 “Urban Informality as a Space of Uneven and Unplanned Development: The Street Vending Ban in Bangkok”(2025, 『동남아시아연구』), “Enacting Responsible Transnational Relations? Thinking with the South Korean Civil Society Movement Against Large Dams in the Mekong Basin”(2024, 공저, 『국제개발협력연구』) 등이 있다.
강연내용
누구의 도시인가: 방콕 노점상 철거와 도시 비공식성
도시 비공식성(urban informality)은 흔히 빈곤, 불법, 무질서 또는 제도 밖에 존재하는 도시의 잔여 영역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비공식 공간은 공식적인 도시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경제·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화하며, 그 과정에는 국가와 시장, 도시 엘리트와 주민 등 다양한 행위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세계적인 길거리 음식의 도시’로 알려진 방콕에서 2014년 이후 추진된 노점상 규제 및 철거 정책을 사례로 이러한 도시 비공식성의 정치성을 살펴본다. 방콕의 여섯 노점상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도시 현대화와 공간 재편 과정에서 노점상과 비공식 공간이 어떻게 규정되고 제거되거나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공식화’의 과정이라기보다 자본주의적 도시개발이 만들어내는 불균등 발전(uneven development) 및 국가·자본·도시 중산층·노점상 사이의 권력관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도시 비공식성을 고정된 ‘비공식 부문’으로 바라보기보다, 공식성과 비공식성이 서로 얽히며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불균등하고 계획되지 않은 발전(unplanned development)의 공간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