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기업 경영의 특징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1. 주재원들에 의한 식민통치적 경영

말레이시아의 기업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투자자들이 운영했던 무역상사, 그리고 고무 농장 등이주축을 이룬 말레이시아의 식민 경제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식민 경제에서 나타난 조직은 매우 위계적이어서, 교육 수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종의 차이에 따라 수직적 지위가 결정되는 특징이 있었다. 오늘날 교육 기회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식민통치의 전통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는 있지만, 말레이시아 인력운영 체계는 아직도 인종, 피부색에 따른 지위의 차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식민경영 전통의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말레이시아의 인력운영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온정적인 종업원 복지 제도이다. 말레이인들에게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인 공무원직을 예로 들자면, 평생고용 보장은 물론이고 퇴직 연금, 주택 공제, 교통비, 종업원 및 그 가족들에 대한 의료 혜택, 심지어 고위급에게는 가사도우미까지 제공되는 등 훌륭한 복지 혜택을 누린다. 그래서 현대적인 민간기업, 심지어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종업원들도 이렇게 높은 수준의 복지 혜택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2. 중국식 가족경영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말레이시아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월급생활자가 되기보다는 작더라도 자신만의 사업을 소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중국계 가족회사의 경영 스타일은 가까운 가족구성원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하면서 가부장격의 인물이 강력한 통제력을 가진다는 특성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비즈니스 시스템은 인맥, 신용, 그리고 새로운 기회에 대한 빠른 적응력을 특징으로 한다.

3. 말레이시아의 후원자-피후원자 경영

후원자(patron)-피후원자(client) 관계는 말레이시아의 지방 소작농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유형의 관계이다. 빈곤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이 후원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한 그들의 존재(즉 빈부격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부자들이 있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부자들이 우리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도시의 중산층 전문직 1세대인 현대의 기업 조직에서도 이러한 가치관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자기 친척들, 그리고 고향의 지인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준다. 대기업에서도 사람을 채용할 때에는 채용 전문기관에 맡기지 않고 위와 같은 후원관계에 의거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공석이 생기면 공장에 채용공고를 붙여서 종업원들이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이다. 그래서 가장 낮은 직급의 종업원도 친척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후원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후원자 관계는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 간의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창출하는 데에 일조해 왔다. 일례로, 어느 말레이시아 회사에서 노사 간 대립이 첨예했을 때, 해당 회사의 인사 관리자가 노조의 간부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와의 문제가 원활히 풀린 사례가 있다. 그 관리자가 자신의 친구인 노조 간부에게 자신이 외국 주재원 상사 앞에서 체면을 잃지 않도록 노조원들을 잘 진정시켜 달라고 이야기를 하여 사태가 해결된 것이다. 대신 단체협약 협상 시에 그 관리자는 물밑 작업을 통해 노동자들이 좋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주었다.

이렇듯, 소작농 사회에서 시작된 후원자-피후원자 관계는 현대 조직에서도 종업원들간의 조화와 충성심을 향상시키는 데에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공식적인 구조로 볼 때 서구식 조직 운영과는 다르지만, 그 이면에는 다차원적인 관계들의 복합적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출처:

위 내용은 아래 북 챕터 122~124페이지의 내용을 번역, 정리한 내용입니다.

Smith, W. (2003). Culture and management in Malaysia. Culture and management in Asia, 1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