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은희(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폭염이 한풀 꺾였다지만 여전히 밤잠을 설치게 하는 한국을 떠나 이번 여름의 두 번째 현지조사를 위해 8월 중순 캄보디아를 찾았다. 본 조사는 동남아센터가 수행중인 <메콩유역의 발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딜레마와 거버넌스>(한국연구재단 지원과제)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지조사의 주제는 “메콩 강 개발과 캄보디아가 당면한 환경적 과제”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방문지는 주요 사회운동단체와 기관들이 위치한 수도 프놈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았던 돈사홍 댐 영향지역인 북동부 국경지역 스텅트렝 주(Province of Stung Treng),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찬란한 고대유적지 앙코르와트로 더 유명하지만 캄보디아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식량원(단백질 공급의 약 60%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됨)인 톤레샵(Tonle Sap)을 끼고 있는 씨엠립 등이었다.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캄보디아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강도 높은 일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만, 지면상의 제약으로 메콩강의 멸종위기종 이라와디 돌고래(Irrawaddy Dolphin)와 이를 지키기 위한 캄보디아인들의 활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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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WWF-Cambodia에서 만난 Mr. Ath ©EOM

이라와디 돌고래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동남아센터 임미정 조교 동행)에게 들려준 첫 번째 캄보디아의 환경운동가는 WWF-Cambodia의 대표 Mr. Chhith Sam Ath(이하, Ath)였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짧게 그의 약력을 살펴봄으로써 캄보디아 시민사회의 한 측면과 그의 현재의 활동을 이해해보자.

캄보디아 사회는 1991년 파리평화조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와 접촉을 시작하였고, 이를 기점으로 다수의 국제 NGO들도 캄보디아의 인권증진과 민주주의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캄보디아인들도 스스로 자국의 인권과 개발 이슈를 중심으로 현지 NGO들을 꾸리기 시작했다. Ath역시 이 시기에 시민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인권 활동가의 삶을 시작한 초기에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국제 NGO들이 현지인들에게 주도권을 이양하던 때(1990년대 말)였고, 그는 NGO Forum이라는 우산조직(umbrella organization)의 설립에 앞장서며 캄보디아 시민사회의 기초를 쌓은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 개발현장에서의 풀뿌리 주민조직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인권-개발-환경의 근원적인 연계고리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부터는 WWF-Cambodia의 대표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환경단체인 WWF의 운동방식은 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대한 옹호활동과 캠페인을 전개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캄보디아의 경우엔 메콩강 유역의 이라와디 돌고래와 동부 산간지대의 아시아 호랑이 복원사업을 주요 현안활동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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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ure 2,  메콩강의이라와디 돌고래 (출처: WWF-Cambodia 홈페이지 캡쳐)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라와디 돌고래는 동남아시아의 해안가와 미얀마의 이라와디 강, 메콩 강,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마하캄 강 등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는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지역의 메콩강에서 80여 마리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이다.

민물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 이라와디 돌고래는 친근한 생김새, 온순한 성격, 새끼를 낳고 폐호흡을 하는 포유류의 습성으로 인해 메콩유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스텅트렝 주에서 만난 어민들은 현지어로 이 동물을 프샤핫(Phout)이라 부르는데, 불교식 윤회를 믿는 이들은 프샤핫이 환생한 자신의 친척이거나 물에 빠진 사람들을 물 위로 들어올려주는 고마운 동물로 이해하고 있다.하지만 불법어업과 다양한 개발압력으로 인해 이라와디 돌고래의 개체수는 현저히 줄어들어왔고,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이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캄보디아 국경 내의 메콩 지역, 특히 라오스-캄보디아 국경 이하의 메콩강 유역은 람사르 협약에 따라 보존해야 할 습지로 지정된 국제적인 생태자산이다. 넓은 평원을 사행하는 캄보디아 영내의 메콩 강은 건기와 우기에 따라 수심이 크게 변하는 탓에 소택지, 하중도(river island), 여울 등이 잘 발달해 있고, 이에 따라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회류성 어족의 산란 및 양육 장소로서의 환경을 제공해왔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이라와디 돌고래, 시암 악어 등 그 밖에 수많은 수생동식물들이 이 지역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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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어릴 적 프샤핫이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이야기를 해 주는    마을 부이장님 ©EOM

사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이라와디 돌고래는 친근한 수생동물 그 이상이다. 국경지역의 주민들 중에는 돌고래를 보러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 식사, 관광 가이드 등을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국제사회는 이 곳의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해 2000년대 초 이 지역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지역주민들과 막 시장경제에 눈 뜬 국가 및 엘리트들의 개발욕망 앞에서 환경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환경과 주민과의 공생을 위한 방식으로 “커뮤니티 기반 생태관광”을 제안했다. 주민들은 불법어업 대신 이라와디 돌고래와 물고기들의 수생생태계를 보호하기 시작했고, 보호받는 이라와디 돌고래는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되어 국내외의 많은 이들을 이 곳으로 불러들여오게 되었다.현재 메콩강의 이라와디 돌고래는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지대인 프리아 롬켈(Preah Rumkel) 지역에 5마리, 그보다 80km 남쪽의 크라티에 시(Krong Kratie) 인근에80여 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지역 모두 이라와디 돌고래로 인한 생태관광이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최근 메콩강의 이라와디 돌고래는 다른 종류의 개발압력으로 인해 멸종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바로 라오스에 의해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돈사홍 댐(Don Sahong Dam)이 국경지역의 돌고래 서식지(dolphin pool)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만약 댐 건설이 강행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이라와디 돌고래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경제발전 수단을 갖추지 못한 라오스는 개혁개방 이후 자국 내 수력개발 잠재력에 눈뜨게 되었다. 수력발전과 전력수출은 현재 라오스의 선도산업이다. 라오스는 1990년대 중반 이래로 해외자본을 동원해 수력댐을 건설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주변국가에 팔아오고 있다. 2000년대까지는 주로 지류에 댐 건설을 추진해 왔는데 2011년부터는 사냐부리 댐(Xayaburi Dam)과 돈사홍 댐의 건설을 추진하며 메콩강본류댐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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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돈사홍 댐은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국경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국경선에서 라오스 뱡향으로18km 떨어져 있음). 국제하천 개발의 복잡한 역학관계 안에서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나 개발에 따른 잠재력이나 경제적 이익은 라오스에 집중된 반면, 이에 따른 환경영향은 하류국가인 캄보디아에 주로 미치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는 이 지역의 깃대종(flagship species)인 이라와디 돌고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스텡트렝 현지에서 만난 다양한 주민들은 대부분 이라와디 돌고래 관광으로 먹고사는 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지만, 돈사홍 댐 건설로 인해 돌고래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임에도 이들이 접할 수 있는 돈사홍 댐 건설에 대한 정보는 제한되어 있었고, 댐 건설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의 장에서 이들이 들어갈 틈은 매우 비좁아 보였다. Figure 4, 돈사홍 댐 건설 현장 ©International 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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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 6,  댐 건설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는 지역주민과 현지 코디네이터 ©EOM

이라와디 돌고래 그리고 그 돌고래에 기초한 생태관광에 기대어 살아가는 캄보디아 주민들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먼저 주민들의 목소리가 고공전으로 진행되는 국제사회의 댐 개발 이슈의 토론장에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가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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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ure 7, Irrawaddy dolphin status of Cambodian side Mekong River ©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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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ure 9, tourists on the  boats watching dolphins @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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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0~12, Cambodian people depending on Mekong River ©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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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3, Homestay house in Stung Treng (no electricity and no tap water) ©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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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4, simple meal for homestayer @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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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5, mendicant monks in rural Cambodia (distrct of Preah Rumkel) ©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