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경제 의존성 증가로 3국 결속력 지속 – 대중국 관계, 메콩강 댐 등 변수 주목
이요한 라오스 수파누봉대학교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prolao@hanmail.net
19세기 이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국 간 관계에서 역사적 연관성은 크게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앙코르 왕국이 3개국을 포괄하는 대제국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13세기 이후 그마저 소멸됐다. 3국의 관계는 19세기 프랑스가 이 지역을 차례로 점령하면서 큰 변화를 맞는다. 프랑스는 식민 통치 당시 3국을 포괄하는 용어로 ’인도차이나(Indochina)’를 사용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다.
공통점보다 차이점 많은 인도차이나 3국
서구 식민지 시대에 명명된 ‘인도차이나’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다. 베트남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반면,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인종과 언어, 문자, 종교, 음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경제적 생산방식도 3국 간 차이가 큰데, 베트남의 생산방식은 농업에 기반한 반면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메콩강과 톤레사프 호를 중심으로 하는 어업에 기초하고 있다. 문화 역시 농업에 기반한 베트남에서는 공동생활과 유교가 발달했다면,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는 개인을 강조하는 문화와 종교(소승불교)가 발달했다.
프랑스 지배와 함께 하나의 공동체로 묶이게 된 인도차이나는 독립을 위한 험난한 여정에서 냉전체제 아래 모두 내전을 경험했다. 1920년 호찌민을 중심으로 ‘인도차이나 공산당’이 설립된 이후 3국은 각각의 반군을 조직해 친미 왕정이나 군부와 전쟁을 벌였다. 모든 내전에서 공산세력이 최종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도차이나 3국은 모두 공산화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인도차이나 3국이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중∙소분쟁 이후 구소련의 지원을 받았던 베트남 공산당과 중국의 지원을 받았던 캄보디아 공산당(크메르 루즈)의 관계는 오히려 악화됐다. 결국 1979년 베트남과 캄보디아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으며,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은 캄보디아에 친베트남 정부를 세웠다. 과거 프랑스의 ‘인도차이나’는 사라졌으나 베트남의 ‘인도차이나’ 특히 공산주의 ‘인도차이나’가 새로이 성립된 것이다. 이후 인도차이나 공산 3국은 비공산권 동남아 국가(ASEAN)들과 대립하게 됐고, 3국의 결속력은 더욱 강화됐다.
1990년대 동남아 국제질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초강국 미국과 소련이 모두 이 지역에서 물러나는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3국의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들의 내부적인 결속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대외정책 노선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소련의 후원을 잃게 된 베트남과 새로운 지역강국으로 등장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ASEAN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인도차이나 3국은 속속 ASEAN에 가입했다.
1995년 베트남이 ASEAN에 가입한 후 1997년 라오스, 이어서 1999년 캄보디아가 가입했고, 현재의 ‘ASEAN 10(10개 회원국을 의미)’이 형성됐다. 인도차이나 3국의 ASEAN 가입은 동남아 국제질서가 냉전에서 탈냉전 체제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는 ASEAN 국가들은 공동대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과 ASEAN의 기존 회원국이 그동안의 의구심과 적대감을 버리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계기도 됐다.
WTO 가입 완료, ASEAN 공동체 출범으로 향후 3국 교역 급증 전망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는 모두 경제발전 단계에서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들어 높은 경제성장률과 무역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교역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배 급증했다. 베트남-라오스의 교역은 같은 기간 무려 8배나 증가했다. 지난 10년(2005~2014년, IMF 기준)간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베트남은 6.6%, 캄보디아 8.7%, 라오스가 6.1% 등 3국 모두 고속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무역 역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3개국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통계상 잡히지 않는 국경무역까지 포함하면, 공식 교역보다 훨씬 큰 폭으로 무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라오스 입장에서 대베트남 교역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2011년 기준 수출입 모두 3위를 기록했다. 라오스의 대캄보디아 수출입도 규모는 작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대캄보디아 수출은 133만 달러, 수입은 127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베트남의 대라오스 투자는 2013년 누계기준 433건, 약 50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의 대캄보디아 투자 또한 2010년에만 5억6000만 달러였으며 2015년 누계 기준으로 50억 달러에 이르러 5대 투자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국 모두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인 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DAC(개발원조위원회)에서 3년(2014~2016년)에 발표하는 세계 최빈국에 캄보디아(1인당 GNI, 933$ 2012년 기준) 라오스(1인당 GNI, 1,445$)가 포함되어 있고 베트남은 중저소득국(1인당 GNI 1,527$ 2012년 기준)에 포함되어 있어 무역, 투자규모 수치는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도차이나 3국 모두 지난 10여 년간 정치체제의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WTO 가입 완료(베트남 2007년, 캄보디아 2003년, 라오스 2013년)와 ASEAN 체제 하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국가의 평균 관세율이 2000년 7.51%에서 2012년 1.89%으로 낮아지고 GMS(메콩유역개발)로 인한 인프라의 확충되고 있어 향후 3국 간 교역과 투자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변수, 메콩강 댐 건설… 인도차이나 3국 관계 발전의 변수
사회주의 체제에 기반한 정치엘리트 간의 우호적 분위기와 경제적 상호의존성 증가로 3국은 앞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국 관계의 균열 가능성을 예고하는 몇몇 변수들도 눈에 띈다.
우선 중국변수는 3국 관계의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중국은 지정학적 중요성을 이유로 동남아 진출을 강화하고 있고, 특히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막대한 규모의 원조와 투자를 시행하면서 양국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중국과의 무역은 2002년 2억 5천만 달러에서 2010년 23억 달러로 증가하였으며, 중국의 대 캄보디아 투자 역시 2002년 220만 달러에서 2011년 5억 6천만 달러로 증가하였고, 누적 투자액은 17억 6천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대 캄보디아 원조 규모는 2000-2010년까지 누적액이 8억 9천만 달러이며, 2010년에만 1억 4천만 달러에 달하였다. 라오스의 경우 중국과의 무역은 2007년 2억 4천만 달러에서 2012년 10억 7천만 달러로 증가하였으며, 중국의 대 라오스 투자는 2003년 8천만 달러에서 2011년 4억 6천만 달러로 급증하였다(최근 논의되고 있는 쿤밍-비엔티안 철도 사업은 72억 달러 규모로 라오스 전체 GDP의 3/4에 해당된다). 중국의 대 라오스 원조규모는 2009년 천만 달러에서 2012년 8천 5백만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교역∙투자∙원조 등 모든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높은 증가율과 압도적인 비중은 중국과 베트남 관계를 유추해볼 때 캄보디아, 라오스에 대한 외교적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견하게 한다. 즉 과거 인도차이나 블록을 유지하려는 베트남과 지역강국을 넘어 글로벌 대국으로 성장하려는 중국 사이의 대립은 3국 간 관계를 가늠하기 어렵게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하천인 메콩 본류에서 건설되고 있는 댐 역시 3국 관계의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콩강의 중상류층에 위치한 라오스가 2011년 최초 본류 댐인 싸야부리(Xayabouri) 댐을 건설하면서 강 하류에 위치한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자극하고 있다. 공식적인 외교분쟁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지만, 본류 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라오스와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베트남, 캄보디아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한 역사 속에서 빈곤과 저개발을 견뎌 온 인도차이나 3국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외교적 변수와 상황 속에 3국 간의 돈독한 관계가(**돈독하다고 할 수 있을지요?) 지속될지 아니면 새로운 관계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한국의 정치외교적 파트너로 부상한 3국의 미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 1> 베트남의 대 캄보디아, 라오스 수출입 추이 (단위: 백만 달러)
| 국가 | 항목 | 2005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 캄보디아 | 수입 | 555.6 | 1,563.8 | 2519.0 | 2920.7 |
| 수출 | 160.2 | 276.6 | 829.6 | 542.6 | |
| 라오스 | 수출 | 69.2 | 200.0 | 286.6 | 432.6 |
| 수입 | 97.5 | 291.7 | 460.0 | 450.9 |
자료: 베트남 통계청(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