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북부에 위치한 B 공립중등학교의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있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민족 집단을 이루는 말레이계,중국계, 인도계 학생들은 바하사 말레이시아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공립중등학교에서 함께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중국계 학생들은 중국계끼리, 인도계 학생들은 그들끼리, 그리고 뚜둥을 쓴 말레이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앉아 있는 모습은 다양한 민족출신을 수용하는 공립학교 내에서도 종종 배타적 또래집단의 형성을 통해 민족의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의 공립학교가 공통으로 채택하는 교복은 한편으로는 국민통합을 상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학생들에게 제한적으로 선택을 허용함으로써 민족과 종교에 따른 사회문화적 구별을 가시적이고 관찰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사진은 자유롭게 강당에 자리를 잡은 학생들 사이에서 뚜둥과 바주꾸룽을 착용한 무슬림 여학생들과 피나포어 교복을 입은 비무슬림 여학생들이 함께 어울리지 않고 분리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2005. 4. 8.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사진. 설명: 최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