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인도네시아도 세계가 주목하는 음식천국의 나라이다. 발리는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관광지이다. 발리라는 관광지의 음식이 형편없었더라면, 발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러한 맛있고 고유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는 섬이 만 개 이상이라고 한다면, 인도네시아 음식의 다양성은 감히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인도네시아 음식은 총 몇 가지일까? 인도네시아는 인구규모로는 4번째로 큰 국가이자, 다종족 사회이다. 종족의 수가 많게는 500개 이상이라고도 한다. 분명 인도네시아에 음식의 수를 추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이러한 추론을 위해서 인도네시아 음식연구의 기념비적인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1967년 수카르노 정부는 농업부를 통하여 Mustika Rasa: Memuat resep masakan Indonesia dari Sabang sampai Merauke(이하 Mustika Rasa) 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독립 이후 인도네시아 국민에 대한 식량정책을 수립하고자 인도네시아 국민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1960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 7년간의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 책은 1,124쪽으로 구성된 매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인도네시아 음식에 관한 설명을 담은 최초의 종합도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과 부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무스띠까(Mustika)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희귀한 광물을 일컫는 말이고, 라사(Rasa)는 맛을 의미한다. 무스띠까 라사(Mustika Rasa)는 다이아몬드와 같이 귀하고, 고유한 인도네시아 음식 맛을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제가 의미하는 바는 인도네시아 동쪽 끝 아쩨(Aceh) 주 사방(Sabang)부터 서쪽 끝인 빠뿌아주(Papua) 머라우께(Meraike)까지 인도네시아 전 지역을 포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Mustika Rasa가 다루고 있는 음식의 범위는 인도네시아 전체이다.

<그림1. Mustika Rasa 책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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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자 소장 자료

인도네시아인들의 기본 식단은 주식과 반찬, 음료수와 전체요리 또는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Mustika Rasa에서 인도네시아 음식은 크게 8가지로 분류되어있다. 첫째, 주식(makanan utama) 둘째, 국물이 있는 젖은 반찬(lauk pauk basah berkuah) 셋째, 국물이 없는 젖은 반찬(lauk pauk basah tidak berkuah) 넷째, 튀기는 반찬(Lauk pauk goreng) 다섯째, 구워서 만든 반찬(lauk pauk bakar bakaran) 여섯째, 삼발(Sambalan) 일곱째, 과자, 케익 등 후식이나 간식으로 구분되는 자잔안(Jajanan) 여덟째, 음료수(minuman) 등이다. 그리고 Mustika Rasa에는 주식 45가지, 국물이 있는 젖은 반찬 251개, 국물이 없는 젖은 반찬 456개, 튀기는 반찬 125개, 불에 굽는 반찬 69개, 삼발 63개, 전체 또는 후식 요리 649개, 음료수 31개가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도네시아 음식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 당시 위의 8가지 분류 중에서 “국물이 있거나 또는 없지만 젖은 반찬”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면, 2000년대 인도네시아 음식에서는 튀기거나, 굽는 요리가 당시보다 훨씬 많이 발달하였다. 그리고 삼발의 발달도 눈여겨 볼만하다. 1960년대 삼발이 69개 정도로 소개되었지만, 2014년 Sambal & Saus 책에서는 203개의 삼발이 소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시간이 갈수록 발달된 음식분야 중에 하나가 삼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전체요리, 후식이나 간식 등으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 과자, 케익, 인도네시아식 떡 종류에 해당되는 음식이 1960년대 당시도 649개나 소개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자잔안(Jajanan)은 인도네시아 로컬 여행문화의 핵심적인 코드의 하나이다. 즉, 로컬 여행지에 가면, 지역특산음식(khas makanan daerah)을 먹어보고 그리고 선물로 가져와서 여행담을 나누며 지역음식을 함께하는 문화를 말한다. 자잔안(Jajanan)으로 분류되는 649개는 이러한 문화에 해당되는 지역별로 특화한 과자, 케익, 떡 종류의 것들이다.

인도네시아 음식의 맛은 대표적으로 무엇인가? 다양하고 복잡한 맛을 축약해서 말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맛은 마니스(Manis), 쁘다스(Pedas), 구리(Gurih) 그리고 아삼(Asam)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 음식 맛이 다른 음식 맛과 차이를 갖는 것은 인도네시아 음식의 고유한 식재료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음식에 관한 책은 이러한 각종 양념(Bumbu)을 만드는 식재료에 대한 소개가 매우 발달되어 있고, 거의 모든 요리 및 음식에 관한 책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할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식료품 산업 중에서 양념산업(seasoning industry)이 발달되어 있는 것도 인도네시아 음식 맛을 내는 고유한 양념을 현대화된 삶에 맞게 상업화한 것들이다.

<그림2. 인도네시아 음식에 쓰여 지는 각종 양념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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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Pedas)을 내는 식재료는 단연 고추이다. 고추도 다양하다. 짧은 고추 종류로는 cabai rawit, cabai padi가 있고, 긴 고추로는 cabai merah 또는 hijau, cabai keriting(크고 날씬한 고추) 그 외에도 2가지 종류의 고추가 더 있다. 음식에 들어가는 고추의 총량이 음식의 색깔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음식의 매운 맛을 도와주는 마늘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마늘의 종류도 7가지- bawang bombai, bawang putih, bawang merah, daun bawang, batang bawang, bawang batak, bawang laki-가 있다.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 음식 맛을 표현하는 고유한 하나의 단어라고 볼 수 있는 구리(Gurih)가 의미하는 맛이다. 이것은 맵다, 달다, 짜다, 시다 등과 같이 보편적인 언어로 설명되기 보다는 인도네시인들의 고유한 언어체계 안에서 이해되어지는 일종의 기의(記意)라고 생각된다. 다만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맛있는 맛’, ‘감칠 맛’ 정도이다. 하지만 Gurih는 인도네시아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부한 향과 맛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 음식의 풍부한 맛과 향을 구성하는 식재료는 다양하다. 식물뿌리로는 생강(jahe), 강황(kunyit) 그리고 릉꾸와스(lengkuas) 등이다. 이 세 가지는 전체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생강과인 끈쭈르(kencur)와 영어로 핑거루트 이름을 갖고 있는 뜨무 꾼찌(temu kunci)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사용된다. 이러한 식재료는 신선한 상태, 마른 상태 그리고 가루로도 다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강황으로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 꾸닛(kunyit)은 인도네시아 음식에 노란 빛깔을 만들어내는데 각종 음식에서 사용된다.

그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 음식에 풍부한 향을 만들어내는 각종 재료는 열매, 나물껍질, 꽃 등이다. 나열하면, 라다(lada, 후추), 끄뚬바르(ketumbar, 고수), 진딴(jintan, 캐러웨이), 빨라(pala, 너트멕), 끄미리(kemiri, 캔들넛), 까뿔라가 자와(kapulaga jawa), 끌라벳(klabet), 아다스 마니스(adas manis), 까유마니스(kayumanis, 계피), 쯩끼(cengkih, 정향), 붕아 라왕(bunga lawang), 끄쫌브랑(kecombrang) 등이다. 그리고 향을 완성시키는 식재료는 각 종 잎-daun jeruk purut, daun pandan, daun kemangi, serai, daun salam, daun kari, daun kunyt, daun ruku-ruku 등-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구리(Gurih)라는 음식맛을 내는 대표적인 인도네시아 식재료는 바로 코코넛 밀크, 인도네시아어로 산딴(Santan)이다. 산딴을 넣고 만든 대표적인 종족음식인 빠당음식의 른당(Rendang)과 굴라이(Gulai)는 구리(Gurih)라는 맛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요리이다. 른당 국물과 굴라이 국물 맛에서 느끼는 구리(Gurhi)라는 맛은 식물뿌리, 열대 열매와 나뭇잎 등 각종 향신료와 산딴이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맛이다.

동남아 음식에서 자주 느낄 수 있는 신맛(Asam)을 포함하여 감각적인 입맛을 자아내는 식재료가 있다. 인도네시아로 시큼한 맛, 신맛을 asam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이 붙은 열매들이 꾀 많다. 그 종류는 buah asam jawa, asam kandis, asam sundai, asam gelugur, asam sunti 등이 있고, 레몬 종류의 열대열매로는 jeruk nipis, jeruk purut, jeruk limo, lemon cui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맛을 더하는 식재료로는 belimbing sayur 열매, 잘 익은 조그만 토마토도 그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음식의 단맛(Manis)을 결정짓는 식재료는 바로 gula merah 로 불려지기도 하는 gula jawa이다. 굴라 메라(gula merah)는 팜슈거라고 알려졌다. 그 외에 단맛을 내는 것으로는 gula aren, gula pasir, gula batu 등이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음식의 고유한 맛을 내는 식재료로는 각종 생선으로 만들어내는 양념인 뜨라시(terasi), 쁘띠스(petis)와 멸치, 새우 등이 있고, 콩으로 만든 간장종류, 대두로 만드는 뗌뻬(tempe), 온쫌(oncom) 등이 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식재료 연구는 인도네시아 음식연구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Murdijati-Gardjito는 Bumbu, Penyedap and Penyrta Masakan Indonesia(2013)에서 130여 가지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인도네시아 음식에 있어서 양념, 현대적으로 세계인들이 인도네시아 음식하면 떠올리는 삼발(Sambal)을 만드는 원재료에 대한 연구와 그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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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발을 만드는 식재료도 중요하지만, 삼발을 만드는 요리기구도 주목할 만하다. 삼발을 직접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인스턴 삼발을 쓸 것인가는 현대 인도네시아인들의 입맛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삼발을 만들 때는 쪼벡(cobek)과 울르깐(ulekan batu)을 사용한다. 쪼벡이 음식을 담고 있는 아래의 돌그릇을 지칭하고하고, 울르깐이 손으로 잡고 가는 기능을 하는 돌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절구 또는 멧돌과 같은 기능이다. 삼발을 만들 때 사용하는 쪼벡과 울르깐은 한국의 멧돌보다 먼저 사용했을까, 아니면 나중에 사용한 것일까. 이러한 도구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음식 맛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고추, 젓갈은 한국음식과도 깊은 유사성을 주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둘 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이기도하다.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 음식 맛에 더 쉽게 길들어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