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베트남)=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우수한 노동력을 가장 첫손에 꼽는다.
베트남 인구는 9300만명에 달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에서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비중이 높다. 2014년 기준 10~24세 인구는 40%다. 우리나라의 평균 연령이 41세인 데 반해 베트남은 29세다. 오랜 전쟁을 겪은 여파로 50대 장년층이 적은 탓이다.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도 한국의 제조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조건 중 하나다. 베트남의 인건비가 중국의 5분의 1, 우리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호찌민에 주재하고 있는 최상운 두산중공업 과장은 “교육 수준도 높고 책임감도 강하고 젓가락을 쓰는 문화로 손기술도 섬세하다”며 “주문자생산(OEM) 측면에선 베트남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금 등 혜택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베트남의 법인세는 통상 20~25%지만 호찌민 동나이성 년짝 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은 15년간 법인세를 10%만 낸다. 이마저도 처음 4년간은 법인세가 면제고, 이후 9년 동안도 5%만 낸다. 토지 임대 가격도 저렴하다. 호찌민이 있는 남부 지역은 1㎡당 60달러, 덜 개발된 중부 지역은 1㎡ 20달러에 그친다. 베트남 정부는 이에 더해 균형발전 차원에서 중부지역에는 소득세 50% 감면 등 세금혜택을 더 주고 있다.
중국은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선호하는 반면 베트남은 단독법인 설립이 가능해 진출 기업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유선형 효성 베트남법인 상무는 “전기료가 한국보다 30%가량 저렴하고 1당 공산당 체제임에도 집단지도체제여서 정치적으로 안정됐다는 점, 유교 문화권으로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베트남 진출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리적 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동남아 중에서도 베트남 투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 과장은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동남아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영토가 가늘고 긴 모양이어서 2~3시간만 달리면 바다가 나오고 도로나 항만 등 기반시설도 다른 동남아 국가 대비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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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베트남에도 중국의 관시와 같은 ‘관헤이’ 문화가 있어서 행정절차의 복잡함, 세무 등에서 제도적 고충을 호소하는 현지 기업인들이 많다. 현지 주재원은 “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인데 변호사가 없는 나라여서 대응이 어렵다”며 “같은 문제도 담당자가 누구인지, 정치적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변동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인건비뿐 아니라 세금 등 현지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의지 등을 고려하면 장점이 많은 나라”라며 “해외진출 기업들의 유턴만을 무조건 강요하는 우리나라 정부에도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출처: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