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은희(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뷔페 산업이 성행한 이후 한국인의 식단에 자주 등장하는 식품이 있다. 바로 새우 요리다. 껍질·내 장·머리를 떼어내고 꼬리 부분만 수탉의 닭 벼슬 처럼 남겨 냉동 유통되는 이른바 ‘칵테일 새우’ 는 볶음밥에서 고급 애피타이저에 이르기까지 이 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식재료가 됐다. 1980년대 이후 집약적 양식업의 성장에 힘입 어 국제 새우 양식은 연간 13% 이상씩 성장했다. 2015년 현재 세계 총 양식새우 생산량은 약 370 만t에 육박한다. 자연산 새우까지 합하면 지구인 이 연간 먹어 치우는 새우의 양은 700만t에 달한 다. 수십 년 전 아시아와 남미의 반농반어민들이 집 근처 작은 연못에서 부업 삼아 키우던 새우가 지금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해산물 가치의 15% 를 차지하는 주요 상품이 된 것이다.

‘새우 생산 벨트’,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세계 최대의 새우 생산국은 중국이지만 중국산 새우는 대부분 내수용으로 충당된다. 중국의 뒤 를 잇는 새우 생산국은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로 모두 동남아시아 국가들인데, 삼국 중 태국은 가장 정교한 양식 기술과 CP그룹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유통채널을 보유해 세계 최대의 새우 수 출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국가 새우 생산자들의 대다수(약 80%) 는 2ha 미만의 소규모 생산자지만 집약적인 양식장의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새우 양식의 집 약화는 숱한 사료·항생제·살충제 등의 투입을 요 하며 이는 동남아 해안가의 생태계, 특히 열대 해 안가의 독특한 바다 위 숲인 맹그로브(magrove)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맹그로브는 바 다와 육지의 경계부에서 짜디짠 바닷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숲 생태계로 수많은 생명체의 보금 자리이자 파도의 침식작용을 약화시켜 육지를 보 호하는 울타리 역할도 한다. 2004년 인도양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도 맹그로브가 유지되던 지 역은 그렇지 못한 곳보다 피해가 적었다. 천혜의 숲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서 인명과 재산상 피 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맹그로브 파괴뿐 아니라 남획으로 인한 자연산 새우의 감소, 집약적 양식장에서 남용되는 투입 재에 의한 바닷가 오염도 새우 양식의 어두운 그 림자다. 집약적 생산은 위험 질병의 확산에도 취약하다. 조류독감에 밀려 덜 알려졌지만 2013년 태국의 새우 양식 규모는 전년 대비 50%에도 미 치지 못하는 25만t 생산에 그쳤다. 항생제 처방 에도 불구하고 치어 상태의 새우를 몰살시키는 EMS라는 질병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국냉 동식품연합(TFFA)의 추산으로는 10억 달러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문보기: Chindia Plus – 메콩과 사람들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