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은희(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건기의 절정인 4~5월은 가장 덥고 건조하다. 이 시기 농촌 지역에서는 황토 먼지가 날리는 장면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수년 전부터 건기 물 부족 현상 이 되풀이됐는데, 특히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메콩 지역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20~30% 감소해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4~5월에는 연일 40도를 넘나 드는 폭염까지 지속돼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고달파졌다.

메콩 지역 대부분의 농경지에서는 농업용수 고갈을, 저지 대 델타에서는 염수침투에 따른 지하수 염수화(鹽水化)로 곤란을 겪고 있다. 심각한 가뭄과 물 부족은 메콩의 수자원 에 의존해 직접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수백만 농어민의 삶 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산물 생산량 감소는 개 별 가구와 지역공동체의 소득 감소를 낳고, 지방 및 중앙정 부도 세수 부족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 거주자들도 생 활용수 부족으로 불편을 겪거나 쌀을 비롯한 주요 식재료 의 가격 상승으로 생계비 압박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점 쳐지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이 쌀과 커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농업 수출국인 까닭에 이 세계작물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메콩의 가뭄과 물 부족은 국제적으로도 영향 을 미칠 전망이다.

가뭄, 해수면 상승에 따른 농어업 생산성 감소 … 신음하는 메콩 델타 국가별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태국 북동 부 이산 지역에서는 하천이 말라붙어 농업용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 번째 모내기를 하 지 못하는 농가가 속출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25개 도시 중 18개에서 수십만 명의 주민이 물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가뭄에 연일 42도 까지 치솟는 더위로 인해 4월 중 순 캄퐁톰주의 톤레 츠마 호수(Tonle Chhmar lake)에 서는 65t의 물고기가 폐사하고, 앙코르 지질공원에서는 관 광객을 태우던 고령의 코끼리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원문보기: Chindia Plus – 동남아의 젖줄 메콩